환경영향평가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유엔 2018).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진행한 환경영향평가는 위정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지역과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가장 값싼 방법입니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불성실하게 진행한 환경영향평가는 시간과 돈을 낭비할뿐 아니라 위정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여 장기적인 이익을 저해합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알려드린대로 6월 10일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비자림로에서는 대한민국 남서부를 관할하는 지역환경청의 요청으로 계획된 환경영향평가 시작하기 위한 10번재 회의가 열렸습니다. 과거 2014년과 2015년에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에서 다수의 국내외 멸종위기종이 누락되었으므로 이번 재평가에서는 2.94km 길이의 도로 양쪽 500m 구간이 조사지역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실제로 과거 환경영향평가의 조류상 조사는 매우 부실하여 16종 만을 기록하는데 그쳤으며, (1) 해당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고 (2) 새들은 언제든지 주변 지역으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공사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6월 10일 회의는 제주도청의 주관으로 진행되었으며 다음 합의안을 도출하였습니다.
-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하루 최소 3시간을 기준으로 8일간 조류상 조사를 진행한다. 그외 식생과 양서류, 파충류, 곤충 및 서식지 생태 또한 제주도와 외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여 동일한 시기에 진행한다.
- 6월 24일까지 제주도청에 발견한 것들을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한다.
- 6월 24일 제주시에 다시 모여서 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계획된 도로확장공사의 영향을 줄이고 핵심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6월 10일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안에 따라 다음과 같이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결과를 밝힙니다.
- 6월 10일부터 19일 간에 총 8일에 걸쳐 비자림로 양쪽 500m 구간에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핵심종의 서식 유무를 판별하기 위한 기준점을 마련하고자 조사구역 이외의 인접한 산림에서도 수 시간 동안 조사하였습니다. 본 지역에서 처음으로 팔색조를 발견한 김키미 선생님이 거의 모든 조사에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외에도 새와 생명의 터 전 고문이셨던 주용기 선생님, 새와 생명의 터 회원이자 박사 수료생인 하정문 님, 지역 학생이자 조류 보전가로 활동중이신 김예원 님께서 몇 차례 동행하셨습니다. 모든 분들께서 조사를 도와주셨으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조사 결과는 국영문 보고서로 작성하여 6월 24일 제주 도청에 전달했습니다.
- 제주 도청에 전달한 보고서는 비자림로 500m 구역 내의 재평가로 46종의 조류 종이 발견되었으며 6종은 국내멸종위기종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조사 구역에서 붉은해오라기가 최소 2개체, 팔색조 영역 24개, 긴꼬리딱새 영역 23개가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동일한 종 구성의 영역들이 조사구역과 바로 인접한 산림에서도 확인되었으며 일부는 조사구역과 겹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조사에서 드러난 모든 영역들은 지도에 표기해서 제주도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수록하였습니다. 핵심종에 가해질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좌표와 영역 위치 자료를 제외한 편집본을 작성하여 아래에 배포합니다.
6월 26일 공식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도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회의 시작과 함께 진행순서를 알리고 제주도청에서 조사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회의에서는 30분간 결과를 공유하고 30-90분 정도 공사 영향을 줄일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사자 전원의 결과 발표에 할애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공사영향 감소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논의를 진행하는 대신에 의장을 맡으신 분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중단하였으며 배포 자료를 모두 거둬갔습니다.
이런 이유로 27일 기자회견에서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은 모든 독립 결과보고서를 지역환경청과 비정부기구 단체에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새와 생명의 터에서는 지금도 다음의 몇 가지 사안이 미해결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비자림로가 국내외 조류 다양성의 보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이 지역의 종들과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 환경영향평가 회사 측은 왜 비자림로의 과거 평가에서 농업학자에게 식생조사를 맡겼으며 동물상 조사에 “식물 보전 전문가”와 생명과학 석사학위자를 고용했는가?
3.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2014년 이후로 이뤄진 수많은 환경영향평가도 이처럼 비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뤄져왔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재평가는 가능한가?
다음은 마지막 질문입니다.
4. 대한민국에서 환경영향평가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환경영향평가는 국내의 생물다양성과 문화를 지키는 값진 도구인가, 아니면 누군가 걸려 넘어지라고 놓아둔 하나의 귀찮은 행정과정일 뿐인가?
앞으로 길어도 몇 주, 몇 달 안에 그 해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