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토크 콘서트의 질문 중에서 발췌
이미지 저작권: 포항 달팽이 책방

9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25일의 늦은 오후에 포항으로 향했다. 땡볕에 휴가의 의욕조차 녹아내리던 8월부터 몇 차례의 이메일링이 오갔고, 2025 기후정의 포항행진 토크 콘서트(주최: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주관:2025기후정의포항행진)에서 얘기를 나눌 대상들이 궁금해졌다. 형산강의 지천인 유강천의 모습도 어떻게 변했을 지…
포항의 효자동이란 곳은 작은 공원과 개천이 가까이 있어 정감가는 곳이었고 주변의 품위까지도 높여 주는 공간인 달팽이 책방(대표: 김미현)이 거기에 있었다. 흔한 서점이 아닌 독특한 아이디어로 꾸며지고 세세한 손길로 책들이 배열되고 채워져 말 그대로의 문화공간이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서적도 엄청나서 선물하고픈 인물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주변까지도 바뀌어 있어 2년 전에 방문했을 때의 골목 느낌이 아니었다. 간지나는 서점 하나가 주변의 정취까지 바꾸어 놓은 듯하여 가까운 곳에서 살고픈 마음이 잠시 들 정도였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기후 위기에 대항하여 2025년 9월 마지막 주 주말에 전국에서 열리는 행진 운동의 일환이며 2025 포항 기후정의 행진 조직팀인 김미현 대표님께서 진행하는 부대행사였다.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던 지라 웃으며 들어서는 얼굴은 공간을 밝히는 최고의 조명이다. 그래서 사람이 희망이라고 하지. 보슬비가 오락가락 하며 어둠이 찾아 들던 시간, 퇴근 후의 휴식을 미루고 모여 주신 분들은 낯선 이들을 위해 웃으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안과 밖이 아름다운 분들을 모시고 김미현 대표님의 안정적이며 재치 있는 진행(공존하기 어려운 재능)으로 정각에 시작되었고 질문 응답 후에는 한 분 한 분 눈 맞춰 소개를 하며 마무리되었다.

새와 생명의 터에서 준비한 자료는 기후 변화 혹은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천과 조류 보전은 서로 불가분 한 것임을 전하고, 기후 위기와 어두운 미래 속에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가 지녀야 할 긍정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나일 무어스 박사님께서는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중간중간에도 질문을 주고받도록 이끄셨고 늘 그렇듯 열성을 다해 응답해 주셨다. 주제는 무거웠지만 자연스럽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참석하신 분들의 질문 하나하나는 오랫동안 그들의 머리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만히 도사리고 있다가 튀어나와 포효했을 의문과 고민이었다. 특히, 절망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행동한다거나 무엇을 실천한다”라고 부를 수 있냐는 진행자의 응축된 질문은 그 물음 자체를 자꾸 되새겨 보고 싶게 한다.
기후변화라는 엄청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상을 앞에 두고 개인의 실천을 함께 궁리하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보전활동이라는 더디고 길어지기만 하던 여정의 의미와 이유가 뚜렷해져서 나를 흔들어 깨우는 날이었다. 함께 염려하고 실천을 찾아가려는 분들께 박수 보낸다. 김미현 대표님, 고맙습니다!
글: 박미나 (새와 생명의 터 국내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