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찌르레기 Agropsar philippensis 는 “국내에서는 제주도나 남해안의 일부 지방에서 간혹 집단으로 관찰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기 드문 나그네새이다.”(출처: e-Bird) “……번식은 인가 부근의 숲이나 시가지 등에서 이루어지는데, ……알을 품은 지 8∼11일이면 부화하고 부화한 지 13∼14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IUCN의 관심 대상(Least Concern) 종으로서 세계적인 개체수는 현재 안정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쇠찌르레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관찰하기 어려운 종인데다가 번식 기록은 매우 드물고 내륙 지역의 기록은 더욱 드물다. 따라서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쇠찌르레기 한 쌍이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번식한 기록은 무척 유의미하다고 생각된다.
기록을 개괄하자면, 군남면 선곡리 동일 지역에서 2021년 6월 22일에 처음으로 쇠찌르레기 수컷 한 마리를 관찰했고, 2022년 5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한 쌍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었으나 번식하지 않았으며, 올해인 2024년 4월 24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 쌍과 또 다른 암컷 한 마리, 총 세 마리가 머물렀다. 올해 한 쌍은 전봇대 꼭대기 구멍에서 성공리에 번식을 마쳤다.
관찰된 세 해 모두 관찰자의 집과 그 주변에 주로 머물렀기에 우연한 관찰이어도 비교적 자세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쇠찌르레기의 울음소리는 독특하여 귀에 익으면 거의 혼동하지 않고 식별할 수 있다.
월 | 일 | 개체 | 행동 | 비고 |
2021년 | ||||
6 | 22 | 수컷 1 | 텃밭 뽕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60미터 거리의 전깃줄로 날아감. | 2021년의 유일한 관찰 |
2022년 | ||||
5 | 1 | 한 쌍 | 텃밭 뽕나무에 앉아, 목욕 후 젖은 깃털을 말리고 있었음. | 이후로 주변의 작은 개울 주변에서 목욕을 즐기며 먹이를 찾아 먹음. 언제나 무척 다정해 보임. |
5 | 한 쌍 | 텃밭 뽕나무에 앉아, 목욕 후 젖은 깃털을 말리고 있었음. | ||
21 | 한 쌍 | 개울 주변에서 목욕을 즐기며 먹이를 찾아 먹음. | ||
6 | 11 | 한 쌍 | 전깃줄에서, 마치 말다툼을 하듯 수컷이 암컷을 향해 큰소리로 울었으며, 암컷은 귀찮다는 듯한 모습을 보임. | |
14 | 한 쌍 | 전깃줄에 앉아 깃털을 다듬었음. | 2022년의 마지막 관찰 | |
2024년 | ||||
4 | 24 | 암컷 1 | 텃밭 옆의 전깃줄에 앉아 울었음. | 뽕나무는 가지치기하여 나뭇가지가 거의 없는 상태였음. |
25 | 한 쌍 | 텃밭 옆의 전깃줄에 앉아 울었음. | 이후 한 쌍과 싱글 암컷 한 마리, 총 세 마리가 함께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함께 날아가거나, 함께 전깃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됨. | |
5 | 3 | 한 쌍+ 암컷 1 | 높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음. 암컷 한 마리는 한 쌍과 조금 떨어져 앉아 있었음. | 짝을 이룬 암컷이 다른 암컷을 경계하는 듯하지만, 서로 적대적으로 보이지는 않음. |
4 | 한 쌍 | 텃밭에서 왕성히 먹이활동을 함. 수컷이 기다란 지푸라기 같은 것을 물고 대추나무로 날아올랐음. 둥지 틀 장소를 찾는 듯, 암컷이 해질녘 전봇대 꼭대기 구멍에 고개를 들이밀고 살펴봄. 부부가 전봇대 두세 개를 오가며 탐색하는 듯함. | 지속적으로 한 쌍 또는 총 세 마리가 하루 종일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함. 특히 암컷들이 오랜 시간 먹고, 수컷은 전깃줄에서 망을 봄. | |
8 | 한 쌍 | 마음에 드는 전봇대 구멍을 결정한 듯함. | ||
10 | 한 쌍+ 암컷 1 | 한 쌍이 전봇대 구멍을 들여다보며 그 앞을 지킴. | ||
11 | 한 쌍+ 암컷 1 | 아침 일찍 텃밭을 찾아와 먹이활동을 함. 부부는 전봇대 꼭대기 구멍을 들락거리고, 하루 종일 구멍을 지키거나 그 주변에 머물고 있음. | ||
20 | 한 쌍+ 암컷 1 | 텃밭에서 활발히 먹이활동. 수컷이 텃밭에서 마른 이파리(주로 대나무 화분 속의 댓잎)들을 부리 가득 물고 전깃줄로 날아오름. | 이후로 텃밭에 오지 않음. | |
28 | 한 쌍 | 전봇대 꼭대기 구멍에 암수가 교대로 들어갔다 나왔음. 이후 함께 군남댐 야구장 방향으로 날아감. | 이후로 한 쌍이, 또는 가끔은 세 마리가 함께 주로 야구장 방향으로 날아감. 물론 다른 방향으로도 날아가곤 함. | |
6 | 3 | 한 쌍 | 전봇대 구멍 주변에 부부가 앉아 있다가 그중 하나가 부리에 먹이를 물고 구멍에 다가가는 모습이 렌즈를 통해 흐리게 잠깐 보였음 | |
7 | 한 쌍 | 부부가 부리에 날벌레를 잔뜩 물고 교대로 구멍에 들어갔다 나옴. | 비교적 큰 날벌레 종류로 보임. | |
10 | 한 쌍 | 부부가 부리에 날벌레를 잔뜩 물고 교대로 구멍에 들어갔다 나옴. 수컷이 먹이를 물고 둥지에 들어갔다가 똥을 물고 나옴. | ||
14 | 한 쌍 | 부부가 부리에 날벌레를 잔뜩 물고 교대로 구멍에 들어갔다 나옴. 암컷이 먹이를 물고 둥지에 들어갔다가 똥을 물고 나옴. | ||
16 | 수컷 1 | 해질녘 수컷이 부리에 먹이를 물고 땅에 가까운 전깃줄에 앉은 채 산자락의 숲 쪽을 보고 있었음. | 1시간 넘도록 전봇대 구멍에서 관찰되지 않음.아침에 이소를 마친 것으로 짐작됨. 이후 쇠찌르레기 가족은 관찰되지 않음. | |
17 | 암컷 1 | 아침 일찍 전봇대 구멍을 들여다보고는 군남댐 야구장 방향으로 날아감. | 싱글 암컷으로 짐작됨. 이후 이 개체도 관찰되지 않음. |
세 해의 기록을 비교해 보건대, 2021년은 탐조 초보자 시절이었고 변변한 카메라마저 없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쇠찌르레기가 머물렀으나 관찰자가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쇠찌르레기는 비교적 경계를 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쇠찌르레기는 전봇대든 나뭇가지든 한 자리에 비교적 오래 머물곤 했다. 풀밭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을 때에도, 바로 옆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더라도 날아서 도망가지 않고 먹이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대부분 자리를 피했다. 암컷(들)이 먹이를 찾아 먹을 때, 수컷은 가까운 전깃줄에 앉아 망을 보았고 위험이 다가올 때 경계음을 냈다. 자동차와 사람보다 더 경계한 것은 길고양이였다. 길고양이가 멀리 나타나기만 해도 망을 보던 수컷이 날카롭게 경계음을 내서, 암컷(들)이 무조건 전깃줄이나 나무 위로 날아오르게 하거나 함께 둥지로 돌아갔다.
올해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늘 우리집 텃밭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싱글 암컷 혼자, 또는 한 쌍이, 또는 셋이 함께 와서 먹었다. 특이한 것은 올해 처음 눈에 띈 4월 24일, 25일부터 거의 한 달 동안, 우리집 텃밭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들의 식탁이었는데, 5월 21일부터는 갑자기 텃밭에 발길을 끊은 것이다. 그때부터는 둥지인 전봇대에서부터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었다.
그즈음이 아마도 본격적으로 포란이 시작된 시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집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할 때, 주로 암컷(들)이 오랜 시간 동안 먹이를 먹었다. 수컷은 ‘과연 언제 먹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만큼 오래도록 전깃줄에 앉아 망을 볼 뿐이었고, 암컷(들)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먹이활동을 했다.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암컷이 텃밭에서 주로 찾아 먹은 것은 껍질 지름이 1센티미터 남짓한 달팽이였다. 우리집 텃밭은 사실 남들의 눈에 채소밭도 꽃밭도 아닐 수 있다. 특별히 농작물을 기르지 않고, 토종 식물들이 자라나 꽃을 피우는 작은 땅이다. 6년째 어떠한 화학물질도 투입된 바가 없기 때문에 지렁이나 달팽이가 많다.
암컷 쇠찌르레기는 알 낳기 전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었고, 우리 밭 달팽이를 맛나게 먹은 것으로 짐작된다. 텃밭에서 수컷보다는 주로 암컷(들)이 활발히 먹이활동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알을 품고 있는 동안, 그리고 부화한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동안, 텃밭에는 발길을 끊고 큰 나무나 숲 쪽으로 날아가 주로 날벌레를 잡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쇠찌르레기들이 전깃줄에서 먹이터를 향해 날아갈 때, 또는 그 반대일 때, 주로 암컷이 먼저 출발하고 수컷은 마치 경호원처럼 즉각 뒤따라 함께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적어도 인간 관찰자의 눈에, 암컷을 향한 수컷의 보살핌은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번 여름에 쇠찌르레기가 번식한 건 확실했지만, 이소 직후 갑자기 이들 모두 사라진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일 무어스 박사님은 찌르레기류는 번식지를 매우 빨리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조언에 따라 가까운 임진강변에 몇 번 나가 이들을 찾아 보았지만 아직까지 보거나 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물증으로서 사진 몇 장을 공유한다. 참고로, ‘새와 생명의 터’는 원칙적으로 알이나 새끼가 있는 둥지를 촬영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둥지의 촬영이 새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그 결과 종종 둥지 유기 또는 번식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쇠찌르레기 한 쌍이 번식한 곳은 인가 주변 산자락의 전봇대 꼭대기 구멍이었다. 관찰 지점으로부터 직선 거리로 15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관찰자는 니콘 P1000 카메라로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촬영했다.
6월 17일. 싱글 암컷으로 추정되는 개체가 이른 아침 전봇대 구멍 안이 빈 것을 확인하고는 날아갔다. 이후로 쇠찌르레기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 이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