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 하정문
모든 탐조인들이 그렇듯이 저에게도 꼭 보고 싶은 종들의 목록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지난 2011년도에 파주에 나와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 금눈쇠올빼미입니다. 한국에 서식하는 올빼미 과의 새들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이 녀석은 2011년의 개체 이후로는 오랫동안 머물면서 사람들이 찾아가볼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일산에서 금눈쇠올빼미 Athene noctua가 일주일 정도 관찰이 되어서 주말에 찾아가봤는데 실패… 하지만 곧 심규식 박사님께서 화성의 공사장 부근에서 2개체를 관찰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당일치기로 보러갔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날씨가 많이 풀려서 길이 매우 질었습니다. 이전에 갯벌이었던 지역을 간척한 곳인 화성 서쪽 해안은 아직까지도 토양이 뻘 형태로 남아있어서 여름에 비가 오거나 겨울철에 날씨가 풀리면 차가 빠지기 매우 쉬운 지역입니다. 이때문에 1개체가 관찰되었던 공사장 부근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른 개체가 관찰되었던 해안가 부근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동 도중에 전깃줄에 앉아있던 물때까치 Lanius sphenocercus를 매우 가깝게 보았지만 차를 서행하니 금새 날아가버렸습니다.
이동한 장소에서는 매우 쉽게 금눈쇠올빼미를 만나볼 수가 있었습니다. 낮에도 돌무더기나 전봇대 꼭대기에 앉는 습성이 있는 이 녀석들은 이 곳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구별이 가능했습니다. 주변환경은 거의다 갈대숲으로 이뤄져있었고 곳곳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돌무더기가 있어서 금눈쇠올빼미에게는 적합한 서식환경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이 근방에서는 몇년째 계속해서 농수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공사 범위가 확장될 경우 이곳의 금눈쇠올빼미도 방해를 받을 수 밖에 없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사장 입구에서 발견되었다는 다른 1개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공사로 인해서 금눈쇠올빼미들이 좋아하는(?) 돌무더기 구조물이 생겨남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찰지역에서 나오면서 도로 바로 옆의 습지에서 황새 Ciconia boyciana 3마리가 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경계심이 유달리 심한 황새들이 도로 바로 옆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낯설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를 멈춰세워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서 관찰을 하여도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나 사람의 존재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개체들이 와서 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금눈쇠올빼미 Athene noctua, Ⓒ 하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