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 습지의 이야기에 다녀와서

김산하 박사님, 2012.07.09

http://www.birdskorea.or.kr/Forum/Events/20317

저는 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김산하라고 합니다. 마이크로하비타트는 한국말로 미소서식지라는 뜻인데, 하나의 서식지 안에서 어떤 생물이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작은 공간과 조건들을 의미하는 생태학적 용어입니다. 저희는 자연을 보전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과학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콘텐츠를 개발하는 창조적인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결성 된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까지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연과학과 예술 분야를 상호 접목시키는 시도와 다양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올해부터는 경상남도 창원에 있는 동판저수지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어떤 지인이 저수지 주변에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배경이 되었습니다. 아직 이 땅에 무엇을 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저희 마이크로하비타트는 이 소유주에게 새와 자연을 접하고,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의 하나로, 라는 제목으로 활동형 강좌를 개설하여 3월부터 현재까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강좌는 동물행동학, 디자인, 식물생태학, 일러스트레이션, 등 자연과학과 예술 분야 전문가가 각각의 파트를 맡아서 강연을 하고 참가자들과 여러 이슈에 관해서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던 중 외부 강연자를 물색하던 차에 나일 무어스 박사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바로 지난주인 7월 3일 화요일 저녁 7시반,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문화공간 숨도에서 라는 제목으로 강연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점점 사라지는 한국의 새와 그들의 서식지에 대한 이야기, 슬프고 애석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통상적인 내용을 만약 예상했다면 이 날만큼은 그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한국을 터전으로 삼는 새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생명들인지, 그들이 얼마 남지 않은 갯벌과 습지와 맺고 있는 관계가 얼마나 필연적이면서도 위태로운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가슴에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인지, 나일 무어스 박사님의 열정적인 강연에 정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런 종류의 강연이나 이벤트에 비교적 여러 번 참석했던 터라, 관객의 반응에 대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오는 사람만 오고, 안 오던 사람은 안 오고, 또 오는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다소 반응이 약하고, 뭐 이런 걱정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당장 저부터 시작해서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새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동안 뭘 하고 살았나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뜸부기 노래였습니다. 1951년 해남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어스 박사님은 소로 밭을 가는 농부와 그 주변에서 함께 지켜보는 가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외부의 에너지와 자원, 투자, 물자의 유입 등에 의존하는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리, 주어진 조건과 지역적 한계 안에서 삶을 해결하려고 했던 당시의 모습과 그 배경이 되는 자연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 때 박사님은 물었습니다. 노래를 아십니까? 당시에는 너무도 흔한 새였고, 특히 농촌에서 들리는 뜸북, 뜸북 노랫소리는 정겨운 고향 풍경의 향취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죠. 그런데 지금은 한국은 물론, 철에 따라 이동하여 서식하는 베트남에서도 그 수가 급감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노래를 틀어주셨습니다. 그 시절, 그 풍경을 실제로 보며 산 사람도 아닌 저도 차오르는 눈물을 느끼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조용히 음악을 들었습니다. 잊을 줄만 알았던 어릴 적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환기되는 당황스러움과 신선함을 아시나요? 뜸부기와 뻐꾸기, 그리고 말 타고 서울 가신 오빠를 생각하며, 저도 그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가 있던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고, 너무도 그리웠고, 하염없이 슬펐습니다. 우리는 대체 왜, 왜 뜸부기가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신경을 쓰지도 못했을까요.

무어스 박사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넓적부리도요는 가히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쩜 저런 생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하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새입니다. 그런데 현재 남은 개체수는 약 300마리, 그 중에서 번식하는 개체수는 한 100쌍에 불과하답니다. 한국에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새 중에 Critically Endangered로 분류된 종은 거의 넓적부리도요 밖에 없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매립과 방조제 공사의 집중이 되었던 새만금 등의 서해안 지역이 주된 서식지라고 합니다. 이제는 어느 덧 지나간 사회적 이슈로만 여겨지는 새만금 갯벌. 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방조제 안쪽 갯벌은 매우 상태가 안 좋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은 아니며 심지어는 수문 근체에서 넓적부리도요도 몇 마리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람사회의 등에서 해외의 NGO나 습지 및 조류 전문가들은 새만금 갯벌의 중요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여전히 한창 논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과거인 것처럼 보입니다. 넓적부리도요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그리고는 알래스카로 다시 떠나고, 최종적으로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의 그 엄청난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여행한다는 대목에서는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하늘 높이 3000미터 상공에서 내장을 모두 압축한 상태에서 감행하는 이 대단한 여정은, 그 중간지점에서 반드시 영양분과 에너지를 보충해야지만 가능한 것이지요. 단 시간 내에 충분히 휴식하고 먹어야지만 번식기간 내에 알래스카에 도착해서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생식활동을 성공적으로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그 핵심적인 중간지점인 한국, 그것도 한국의 갯벌은 그 새들에게 여러 선택권 중의 하나가 아닌, 반드시 거쳐야만 하고 없으면 곧바로 죽음과 연결되는, 생명의 땅이라는 것을 무어스 박사님은 힘주어 강조하였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때때로 지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넓적부리도요나 큰뒷부리도요만큼 힘든지. 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사실 그렇게 힘든 건 아니지요. 자기가 무엇을 하든 간에 이러한 생각으로 삶을 조금씩 바꿀 수 있습니다. 주변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정도이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나일 무어스 박사님은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고, 활기찬 질문이 이어지고, 강연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서로 흥분된 담소를 나누고, 기부를 하고, 책자를 살펴보고, 감동의 끈을 이어나갔습니다.

새와 생명의 터를 생각하고, 더욱 사랑하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늘 응원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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