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습지와 도요물떼새, 지역관리자 교육 8/9-8/13

13번 호수

필자는 8월 9일부터 13일까지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 EAAFP: East Asian 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가 화성시와 함께 주최하고 새와 생명의 터 Birds Korea의 나일 무어스 Nial Moores 박사님이 교육을 맡은 1주일간의 화성습지 지역관리자 워크숍의 통역으로 일했습니다. 오전에서 점심 시간 이후까지 세 시간, 그리고 실내 교육 이후와 이전에 진행된 갯벌과 습지에서의 실습 (원래 프로그램 상에서는 한 두 시간이었으나 실제 상황에서는 거의 해질 때까지 무한 연장되었던…)에서 무어스 박사님의 강의를 전달하고 참가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상은 하였으나 테스토스테론이 가득한 화성의 고속도로를 매일 달리는, 서툰 운전자로서는 살 떨리는 의무 또한 추가되었습니다).
화성습지는 람사르에 등재 신청중입니다. 이 교육의 목적은, 람사르에 등재되었을 때 화성 습지를 관리/감시하고 새들의 개체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며 습지의 얼굴로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관리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육 참가자는 모두 13명으로, 화성 환경운동연합에서 다섯 분이, 화성시 환경재단에서 두 분이, 화성시 수질관리과에서 두 분이, EAAFP 사무국에서 세 분이 참여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새 관찰을 하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무어스 박사님을 알아보고 교육을 들어보러 오신 대학생도 있었어요.) 실내 교육은 매향리 갯벌 바로 앞에 있는 화성드림파크 3층의 다목적 회의실에서 이루어졌고, 실습은 화성드림파크, 매향리 갯벌, 간척지의 13번 호수, 매화리, 화옹호에서 하였습니다. 정신이 혼미할 만큼 쨍쨍한 여름날이었습니다.

이 글은 엄청나게 많은 물새들이 찾아드는 아름다운 화성습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그 새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엿보는 기쁨을 나누고, 단지 열 몇 사람이 일주일 동안 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지식과 정보의 일부를 전달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마음만 앞서는 탐조초보자로서 저는 (통역 임무는 차치하고), 아무리 무어스 박사님 같은 최고의 전문가가 붙어서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도, 일주일 간의 교육으로 제가 물새의 개체수를 셀 수 있게 되고, 어려운 도요물떼새를 모두 구별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겨우 1주일 전에 산 필드스코프를 들고 나간 실습에서, 저는 넓적부리도요를 또 다시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교육 주에 처음 본 송곳부리도요와 큰왕눈물떼새는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어스 박사님의 수업 중 과제로 새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보지도 않은 채 저의 설명으로만 파트너였던 EAAFP의 구연아 선생님이 꼬마물떼새를 그려내는 것을 지켜본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관찰과 묘사의 정확한 언어가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경이로움일까요, 습지의 수많은 새들을 정확히 세는 것 같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작업 역시, 훈련과 적절한 전략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실제로 교육생들 중 몇 분의 마지막 날 결과는 훌륭했어요!)

DAY 1 첫째날
– 람사르 기준과 물새
참가자들은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환경 운동이나 새를 보는 일에 대한 경험의 정도를 밝혔습니다. 화성습지의 람사르 등재와 새의 개체수 조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람사르 평가 기준인 2, 5, 6번 항목을 배웠습니다.
람사르 평가기준 2. 취약종, 멸종 위기종, 또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거나 위기에 처한 생태공동체를 유지하는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람사르 평가기준 5. 정기적으로 2만개체 이상의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람사르 평가기준 6. 어떤 물새종 또는 아종의 지구상 개체군의 1%가 정기적으로 서식하는 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 2, 5, 6 항목은 거의 매일 무어스 박사님이 그 의미를 물어보며 모든 교육생들이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였는데, 취약종이나 멸종 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은 생태적으로 특수한 환경 (ecological niche)적 조건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정기적으로 2만개체 이상의 물새가 서식한다는 것은 해당 습지가 그만큼 풍부한 먹이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물새’란 생태적으로 습지에 의지해서 사는 새들로, 대한민국에서 정기적으로 발견되는 140종의 물새 중 화성에서 매년 관찰되는 종은 115종 가량이나 됩니다.
또한 EAAFP에서 지역관리자(전문감시원?)라 명명한 Warden과 Wardening의 개념도 소개되었는데, 워든은 세계의 많은 자연보호 구역에서 상주하며 습지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밝혀내고, 매일 또는 매달 새와 다른 습지 생물의 개체수를 기록하며, 습지에 대한 정보를 정부와 지역, 방문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화성 습지에도 이런 지역 관리자가 상주하며 일할 수 있는 날이 꼭 와야 할 텐데요.)
이날 마지막으로는 도요 물떼새의 동정에 대해서 배웠는데 (이 내용은 계속해서 다뤄지게 됩니다), 무어스 박사님이 강조하는 내용은 언제나 세가지였습니다. 1. 구조형태, 2. 색의 대조대비 3. 깃털색. 단지 책에 있는 이름을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내가 보고 있는 것에 집중하라, 특히 새의 구조와 형태는 서식지와 먹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부리가 두툼하고 머리가 위로 돌출된 느낌의 청다리도요사촌이 갯벌에서 게를 잡아먹고, 부리가 가늘고 좀더 날렵한 느낌의 청다리도요가 뻘 위에 올라온 작은 새우를 잡아먹는 예…를 보면 그렇다! 싶지만 사실 현장에서 구별하기는…)
첫째 날, 둘째 날이 제일 더웠는데 오후 실습은 갯벌에 나가기 전에 화성드림파크 내에서 한 시간도 넘게 삼각대의 다리를 되도록 몸에 붙여서 (몸으로 가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펴는 연습으로 시작했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 그룹이 삼각대를 접고 펴는 소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들리는지도 들어보았습니다. 새는 우리를 언제나 보고 있어! 우리를 듣고 있어! 제발, 차 문을 쾅 닫고 삼각대와 카메라와 스코프를 휘두르거나 잘 보이도록 가로로 들쳐 메고 접근하지 말아주세요. 급작스러운 움직임은 안 됩니다. 나무 옆에 붙거나 해서 본인과 장비의 윤곽선을 뭉뚱그려주세요.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한 교육생은 이 부분이 전체 교육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생 분들은 정말 얌전하고 차분하게, 5일 동안의 실습 동안 되도록이면 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리내지 않고 삼각대를 펼치는 연습을 하는 교육생들



DAY 2. 둘째 날 – 새들을 더 잘 이해하기, 새들의 눈을 통해 본 세상
둘째 날에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동안, 그리고 연간의 새들의 삶에서 에너지의 안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였습니다. 생태습지의 관리에는 얼마나 많은 물새들이 연간 이 습지를 얼마나 찾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물새들이 습지를 이용하는지 아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만약, 지역의 어떤 요인에 의해 갑자기 개체수가 감소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간척이나 공해, 외래식물의 번식, 불법적인 남획, 새들이 쉬는 장소에 방해요소의 출현, (이상한 일이지만) 다른 습지들이 관리가 너무 잘되어 그 곳으로 가버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습지의 성격은 1. 민물 습지, 2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 3. 모래와 갯벌이 섞인 곳 4. 갯벌으로 나뉘는데, 화성에서 각각의 장소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지도에서 파악했습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그리고 화성습지를 그렇게 중요한 곳으로 만드는 새들의 연간 이동에 대해서는, 검은머리물떼새와 화성시의 상징인 알락꼬리마도요와 마도요의 일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호주에서 봄에 출발하여 화성습지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극동 러시아로 날아갔다 여름/가을에 다시 내려오는 경이로운 여정 중 화성에서 알락꼬리마도요가 가장 많이 관찰된 것은 7월말과 3월 중순이고, 마도요는 8월 중순과 3월 중순입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화성의 방조제 갯벌의 경우, 물때에 따라 만조일 때와 간조일 때 대략적으로 어디까지 새들이 들어오는지도 지도를 통해 파악하였는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850cm가 넘는 만조 시기에 갯벌에 있던 새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였습니다. 새들이 쉬는 곳은 화성 간척지 안의 화옹호였으며, 여기서 일부는 북쪽으로 6-7km 떨어진 매화리 방향과 남쪽으로 5km 떨어진 매향리로 이동합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새들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특히 새들이 보는 관점에서는 총을 든 사냥꾼이나 새를 관찰하겠다고 삼각대와 필드스코프를 짊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비슷할 거라는 것도 보고, 첫날부터 주의를 기울인 새들을 방해하지 않고 조사와 관찰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해요소에 대해서는 큰 물새들이 훨씬 더 민감한데, 작은 도요물떼새들이 방해요소 (차, 사람, 도로 기타 등등)으로부터 허락하는 거리는 10-50m, 중간 크기의 도요물떼새들은 50-100m, 그리고 알락꼬리마도요나 마도요 같은 큰 도요새들은 150-250m 정도입니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 새들은 감쪽같은 깃털의 위장색을 이용하는데, 어두운 갈대 줄기처럼 줄무늬의 긴 목을 세우는 덤불해오라기나 풀줄기 같은 무늬를 한 꺅도요류가 있는가 하면, 타고난 깃털색의 대조 대비가 너무나 강렬한 장다리물떼새나 검은머리물떼새는 시야가 트인 넓은 장소에 여러 마리가 모여 큰 소리를 내며 서로 망을 봐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번식지인 초원의 색깔과 섞이는 개꿩의 여름깃과 갯벌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겨울깃도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깃털과 위장색은 계절에 따라 변할 수 있어도 한 종의 구조와 형태는 언제나 같기 때문에 색깔보다는 구조와 형태에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 (이 잘 안되더라고요). 색이 비슷하지만 부리와 다리 형태가 다른 새들을 서로 구별하는 퀴즈도 있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오후에는 또 갯벌에 나갔는데, 아주 멀리서부터 밀물이 밀려오는 것에 따라 도요새들이 도착해서 물이 들어온 뻘 위에서 먹이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는데, 이렇게 두 세시간이 지난 이후부터야 본격적으로 새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본격적인 만조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왕눈물떼새가 1400마리쯤 있었고 마도요/알락꼬리마도요/중부리도요도 많았고, 검은머리물떼새와 노랑발도요, 큰뒷부리도요와 세가락도요, 좀도요와 드물게 메추라기도요, 송곳부리도요, 큰왕눈물떼새도 보았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주 잠깐 동안 본 넓적부리도요였는데, 아쉽게도 지친 교육생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후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이 세상에 300-500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넓적부리도요! 필드스코프 중앙에 당당하게 서 있던 그 작은 새의 모습이 눈에 선연합니다.

DAY3 1부) 개체수세기 Counting
3일째는 드디어 개체수 세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이틀 동안 실제로 본 새들의 사진도 업데이트된 PPT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수세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정확성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빠르고 정확한 것이 가장 좋겠지만요). 우선 여러 종류의 새들이 섞여 있을 때 서로 다른 종들을 1.구조형태 2.대조대비 3. 깃털의 색을 기준으로 구별해내는 것, 그리고 새들이 자리를 잡고 쉴 때 세는 것과 날아가는 새들을 세는 것에 대해 배웠습니다. 수세기에 가장 좋은 조건은 새들이 모여서 움직이지 않을 때, 그리고 빛이 좋을 때입니다.
2015-2018년까지의 조사 결과 화성습지에 모이는 전세계 개체수의 1%나 그 이상 (람사르 평가기준 6)인 도요물떼새는 검은머리물떼새, 개꿩, 왕눈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민물도요, 뒷부리도요 등 13종이나 됩니다. 정확한 수세기가 매우 중요해지는 부분입니다.
새들이 습지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언제 어디에서 쉬고 어디에서 먹이활동을 하는지 등)에 대한 지식은 개체수 조사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이동의 흐름을 몰랐다가는 장소를 다르게 해서 세었던 새를 또 세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개체수 조사에서 예를 들어검은머리물떼새가 6월에 66, 7월에 518, 8월에 623, 9월에 545마리 기록되었다면 가장 많은 수는 이 숫자들을 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8월 623마리로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세기 작업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1. 수세기를 시작한 시각과 장소를 기록합니다 (엄청 중요!)
2. 주요종들을 파악합니다.
3. 재빨리 대략적으로 추산하고 그 수를 적습니다.
4. 어떤 종부터 셀지 정하고 세고, 적습니다.
5. 차례대로 종들을 세고 적습니다.
6. 빠진 종은 없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7. 수세기가 끝난 시각과 다른 보충사항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 화성습지에서는 중요종이며 알아보기가 쉬운 알락꼬리마도요부터 시작해서 수세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마도요를 세기 시작하는데,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뒤에서부터 앞으로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세는데, 보통 수세기에 동원되는 필드스코프를 부드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또한 새들이 모여있는 무리의 경계선을 의식하며 무리를 지어 세는데 이것은 많은 수의 새를 셀 때 매우 중요합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 Nial Moores, Birds Korea
© Nial Moores, Birds Korea

그리고 여러 종의 도요물떼새들이 모여있는 사진을 잠시동안 보고 종과 숫자를 파악하는 연습도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비슷한 새들 사이에서 다른 새를 밝혀내는 연습도 하였습니다. 아주 비슷하게 생긴 종들을 구별하는 법, 예를 들면 왕눈물떼새와 큰왕눈물떼새를 구별하거나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 청다리도요와 청다리도요사촌을 구별하는 것도 연습해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실습도 했는데,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명만 새의 사진을 보고 그 특징을 써서 기록한 후, 사진을 보지 못한 다른 한 명에게 설명해주면 그 다른 한 명이 그 새를 그려보는 실습이었습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어떤 것이 종의 특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늘을 보고 센 것은 아니었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의 사진을 보고 세는 것을 연습하기도 했는데, 100마리씩 무리지어 세기도 실습하였습니다. 크기로 나누어 중간 크기, 작은 크기 이렇게만 식별해서 세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날아가는 새들은 마지막 날 세는 실습을 하였습니다)
2일째에 갯벌에 나가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결국 만조시간을 놓친 것이 아쉬워 수업시간을 조정해서 이날은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이론수업을 오후로 당겨서 듣고, 좀더 늦은 시간에 실습을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2부) 보전의무조약들과 지역관리 (감시/ Wardening)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등재 지역이 지정되지 않아도,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여 습지와 물새들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적절한 지역관리(감시/ Wardening)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날 오후는 습지의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람사르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중요한 보전의무조약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앞서 강조된 바와 같이 화성 습지는 13종의 국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물새와, 2종의 포유류, 그리고 2종의 양서류가 살고 있는 진귀한 곳으로 취약종, 멸종위기종, 심각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거나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습지(람사르 평가기준 2)로 전지구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 Nial Moores, Birds Korea


또한 물새종 지구상 개체군의 1%가 정기적으로 서식하는 습지 (람사르 평가기준 6)에 따르자면, 전세계 개체수의 1%를 넘는 25 종의 물새가 화성습지를 찾고 있습니다. 이 곳이 건강하고 다양한 유형의 습지라는 증거입니다. 화성습지에 살고 있는 물새는 가장 많을 때의 조사에 따라 149000마리 (실제로는 20만 마리 정도로 추정)로 정기적으로 2만 개체 이상의 물새가 서식해야 한다는 람사르 평가기준 5를 훨씬 넘어섭니다.
물새의 개체수는 습지의 건강 및 생산성, 보전 이행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됩니다. 1988년의 자료와 비교했을 때, 많은 멸종위기 물새종이 감소되어왔습니다 (흑꼬리도요, 취약근접, 1988년 10000개-> 2020-21년 177개체, 넓적부리도요 (위급), 1988년 5개체-> 2020-2021 0개체, 청다리도요사촌 (위기), 1988년 65개체 -> 2020-2021 20개체).
습지생태계의 가치에 대해서 배우고 (그리고 홍콩과 영국의 예를 들어 지역관리/감시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보았습니다.
화성갯벌의 습지보호지역 지정구역 (1단계/2단계)를 살펴보고, 실제로 물새들이 이용하는 장소와 그 현실성을 탐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화성습지 관리에 있어서의 여러 저해요소 (예를 들면 매향리 갯벌에의 호텔 건설 계획 등)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희망적인 미래 계획은 화성습지를 위한 설계에서 그렸습니다.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습지보호구역의 시설물들과 그 특징을 배우고, 자연을 해치고 새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보았습니다. 새와 생명의 터가 제안하는 화성습지 관리 8단계를 보니, 갑자기 모든 일이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1. 매립지 내 추가적인 공사 금지
2. 매립호 내 조수 유입 높이기
3. 유휴지 일부 지점에 제방 구축
4. 유휴지까지 조수가 유입되도록 방조제에 2차 수문 설치
5. 지역민을 위한 염전과 양어장 조성
6. 생산성이 저하된 구역은 새로운 담수습지로 조성
7. 도로에 차단막이 될 수 있는 식생 조성
8. 여행객을 위한 안전지역 파악

이렇게 공부를 엄청 하고, 조금 어지러운 상태에서 (아침 10시부터 한없이 계속되는 수업…) 또 갯벌에 나갔습니다. 이 날은 물때가 잘 맞아서, 더 많은 새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고, 넓적부리도요도 또 나와주어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사실 이 귀한 새를 정확히 본 사람은 무어스 박사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송곳부리도요와 큰왕눈물떼새를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만족했습니다, 다른 교육생 한 분(화성환경운동연합의 배두리님)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왕눈물떼새 아종을 찾아내었어요!)

DAY 4 현장실습, 실제의 수세기 Counting 와 데이터 입력

화옹호에서의 수세기 실습

이날은 현장실습이 먼저 있었습니다. 8시부터 화옹호에서 시작되었는데, 화옹호에서 앉아 있는 새들을 함께 세어보았습니다. 경험이 많은 관찰자와 적은 관찰자가 짝이 되어 세었는데, 굉장히 근접한 수를 발표한 조도 있었지만 3-4배는 차이가 나는 숫자를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항상 필기를 하고, 수세기의 시작과 끝나는 시간을 꼭 적는다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도 실제로 현장에 가니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멀리서 알락꼬리마도요와 마도요는, 교실에서 사진을 보고 자신있게 구별해내었던 상황처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세어보았습니다. 새를 세기 위해 도로 위로 올라설 때에는 나무 뒤에 몸을 가리고 조용히 삼각대를 펴고 스코프를 조심해서 몸에 붙이고 접근하는 것도 다들 잘 해내었습니다. 처음부터 별로 주의를 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적합하지 못한 복장 (너무 밝거나 눈에 띄거나 대조대비가 명확한 색상의 옷)을 하신 분들도 있어서 오후에 정리할 때 지적하고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3일째에 이틀치 이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이날은 오후 이론 수업은 많이 하지 않았으나, 수세기 데이터 입력법에 대해 호주의 물새연구팀이 썼던 자료를 바탕으로 엑셀을 이용해서 기입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 (종명, 관찰시간의 시작과 끝, 물때, 장소, 수, 기타사항 등등)에 대해서 배우고, 다음날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DAY 5. 현장실습, 화성습지의 미래
마지막 날, 다시 수세기 실습으로 화옹호에서 새벽 6시에 시작하는 팀과 8시에 시작하는 팀 둘로 나뉘어 시작하였습니다. 새들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나중에는 화옹호 바깥 13번 호수 지점과 궁평항 건너편의 간척지 지점에 두 팀을 나누고, 화옹호에서 두 방향으로 흩어지는 새들을 한꺼번에 세어 함께 개체수를 함께 맞춰보는 작업도 했습니다. 뚜렷한 대조대비로 알아보기가 가장 쉬운 검은머리물떼새를 세는 것이 이날의 과제였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쉬다가 날아오를 때 (깃을 정리하거나 몸을 푸는 듯한 동작을 한 후 약 15-20분이 지나면 날아오릅니다) 하늘에서 나는 그룹을 세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에서 오랫동안 관찰을 하고 조사를 했던 분들이 역시 노련하게 근접한 수치를 발표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의 수세기 실력은 교육생 중 최악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짧은 퀴즈도 몇 개 풀고, 수세기 자료의 엑셀입력도 좀더 자세히 보았습니다. 화성습지의 미래에 대해서도 길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습지와 새들을 미래 세대들도 볼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함께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 습지를 보호하고 새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새와 새들의 생활환경, 교육장 바로 앞에 펼쳐진 화성의 갯벌과 습지에 대해 하나 하나 알아간 귀중한 시간이었던 화성습지와 도요물떼새 워크샵, 11월에는 기러기와 오리를 주제로 하는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열명 남짓의 학생들만 누리기에는 아까운 교육이었어요.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치솟는 지구의 온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들었으면 좋았을 교육이었는데… 이런 워크샵의 기회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새와 습지에 대한 지식과 이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좀 더 많이 전파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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