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벤쿠버 국제조류학회 후기

글: 하정문

지난주 8월 20-25일에 벤쿠버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진행한 실험의 개요를 포스터로 준비하여 전시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국제학회에 참가하는 일도 처음, 신대륙에 가보는 것도 처음이여서 여러모로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다만 미세먼지 수준이 봄철 서울과 비슷해서 기대했던 캐나다의 깨끗한 풍광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정도 금전적인 문제로 연구실에서 교수님을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이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도 BK21에서 국제학회 지원금을 받아서 방문했지만 캐나다의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서 학회가 열리던 벤쿠버 컨벤션 센터 근처의 호텔에서는 지낼 수가 없어 에어비엔비로 다운타운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나나이모 지하철 역 근방의 민가에서 약 5박 정도를 했습니다. 캐나다는 물가 자체도 비싸지만 팁 문화도 있다보니 체감상 한국 물가의 1.5배 정도가 들었습니다.

 

숙소 근처의 나나이모 지하철역. 이상하게도 퇴근 시간이 되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매우 심하게 나서 좋은 기억이 남지 않는다.

 

캐나다 항구에서 바라본 북 벤쿠버 풍경. 신대륙 서부의 대형 산불로 공기의 질이 매우 좋지 않았다.

 

학회는 총 5박 6일 일정이었으며 저는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는 비행기 시간으로 학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귀국했습니다. 이번 국제조류학회는 벤쿠버에서 열리는 다양한 탐조 및 지역 행사들과 연계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학회 첫 날인 월요일은 벤쿠버 탐조 축제의 오프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해서 컨벤션 센터 주변의 공원에서 새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고품질의 코스프레였는데 저는 아쉽게도 시차 적응으로 침대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어 직접 보지는 못했군요.

둘째날부터는 매일 오전에 총회, 오후에는 구두 발표와 포스터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대규모 학회다보니 정말 온갖 주제들이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이 되는데 어디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니 첫째날은 그냥 헤매다가 온 기억 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어디에서 행사가 진행되는지 감을 잡은 후로는 관심있는 주제를 찾아가며 들으려고 행사장을 계속 동분서주했습니다. 제가 포스터 발표를 했던 행사장은 지하층에 있었는데 크기가 매우 넓은데다가 탐조 행사장도 바로 인접해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니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온갖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포스터를 보고 질문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본인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묻고 답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국내 학회에서도 어느정도 질의응답을 하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람들의 열정이 넘치다가 못해 폭발해서 학회장 전체가 마치 지식의 도가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위층에서는 비슷한 시간대에 구두 발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공간이 넓지만 그래도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포스터와는 달리 구두 발표는 일자와 강의장마다 진행되는 주제가 달라서 원하는 발표를 듣기 위해서는 계속 시간을 확인하면서 학회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구두발표는 한 사람 당 정해진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아서 시작과 끝을 새소리로 알려주는데 해오라기 종으로 추정되는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사용했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게 시간을 관리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질의응답 시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제대로 지켜진 경우가 거의 없어서 나중에 와서는 사람들의 질문을 안들리게 방해하는 효과 밖에 없었던것 같습니다.

 

포스터 발표장 전경.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이여서 사람들이 적은 편이다.

 

구두 발표장.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거린다. 지금은 사막꿩 배 부분 깃털의 수분 저장 능력에 관한 발표가 진행중이다.

 

이번 학회에서 상당히 특이했던 것은 금요일 하루가 통째로 휴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마도 캐나다가 탐조지로서 입지도 좋고 지역 탐조 행사과 연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회에서 예약할 수 있는 탐조 프로그램은 매우 많았지만 돈을 들여서 빨리빨리 이동하며 종 수를 올리는것 보다는 느긋하게 다니면서 새를 보는게 좋아서 학회장에서 만난 Daisuke Aoki, Iijima Daichi와 함께 근처의 스탠리 공원이나 Grouse Mountain 등지를 돌아다녔습니다. 무엇보다 신대륙은 정말 화려한 새들이 여기저기 흔하게 돌아다니는게 한국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한국이 깔끔한 무지 티셔츠라면 이곳은 화려한 원색 셔츠랄까요. Wilson’s warbler나 Spotted Towhee처럼 이국적인 새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게 색달랐습니다. 환경도 한국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기본 수령이 100년은 넘고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가 높은 침엽수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캐나다 자연 환경이 좋다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덕분에 높은 곳에 있는 새들은 볼래도 볼 수가 없었지만 말이죠. 역시나 박새과 새들이 매우 많았지만 Anna’s hummingbird도 심심찮게 날아다녔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벌새라는걸 인지했을쯤엔 이미 뒷모습만 보이더군요.

 

스탠리 공원 풍경. 아름드리 나무들이 여기저기 들어차있다.

 

Grouse Mountain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산의 대부분이 안개에 뒤덮여있어서 분위기가 오묘하다.

 

Grouse Mountain 정상. 산 정상부인데 제비들이 많이 날아다녔다. 알고보니 정상에서 번식을 한다고 한다.

 

Grouse Mountain 정상부의 산책로. 이런 풍경에서 샛노란 Wilson’s warbler나 White-crowned sparrow, Anna’s hummingbird가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이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Grouse Mountain의 풍경. 케이블카 방송에서는 대부분 조림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의 눈에는 충분히 원시림으로 보인다.

 

Sooty Grouse 한 쌍. 아쉽게도 번식기가 지나서 그런지 기대했던 번식깃은 볼 수가 없었지만 관찰한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주변에서 지나가던 분이 말씀해주시길, 이 새들은 너무 경계심이 없어서 옛날에는 돌을 던져 잡아서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Maplewood 보호구역의 바닷가. 바다 위에 보이는 장대에는 둥지상자가 서너개씩 매달려있다. 주변에 Purple Martin이 많이 날아다니길레 그냥 설치해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귀국해서 검색해보니 Purple Martin 증식을 위해 설치한 거라고 한다. 바닷가에는 이외에도 Western sandpiper와 Least sandpiper가 많이 돌아다녔는데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 딱히 조용하지 않아도 사람으로부터 1m 이내로도 접근하며 발치에서도 왔다갔다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수백미터 밖까지 경계하는 도요새들만 보다가 여기에 와보니 신세계가 아닐수 없다.

 

아래는 이번 학회에서 돌아다니며 관찰한 종 목록입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다녀온게 아니지만 외국에 갔으면 그나라 새를 봐야하는게 인지상정이므로 혹시 다녀오실 분이 있다면 참고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관찰 종 목록44 종  
Wood DuckAmerican WigeonGreat Blue HeronSooty Grouse
Band-tailed PigeonAnna's HummingbirdRufous HummingbirdKilldeer
Western SandpiperLeast SandpiperRing-billed GullGloucous-winged Gull
OspreySharp-shinned HawkRed-breasted SapsuckerDowny Woodpecker
Northern FlickerWillow FlycatcherHammond's FlycatcherPacific-slope Flycatcher
Common RavenNorthwestern CrowSteller's JayPurple Martin
Barn SwallowBlack-capped ChickadeeChestnut-backed ChickadeeBushtit
Red-breasted NuthatchBrown CreeperGolden-crowned KingletAmerican Robin
House FinchPine SiskinAmerican GoldfinchRed Crossbill
Yellow WarblerYellow-rumped WarblerTownsend's WarblerWilson's Warbler
Spotted TowheeSong SparrowWhite-crowned SparrowDark-eyed J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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