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과 경계 활동: 새들의 reference call과 종간 의사소통의 단서

글쓴이 : 하정문(서울대학교 행동 및 진화생태 연구실)

예전부터 탐조를 하면서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새들의 경계심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까 였습니다. 번식기에 산새 탐조를 하면서는 물론이고 겨울철에 기러기를 비롯한 물새 탐조를 가면 어떻게 해야 새들을 날리지 않고 적정 거리로 접근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곧잘 새들을 날리곤 했지만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나중에 연구 목적으로 mist net을 설치해서 새들을 잡는 경우에 많이 날려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기분이 정말 묘합니다.

그렇다면 새들은 왜 탐조하러 온 사람들을 경계할까요? 사람이 새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천적이니까 새들로서는 경계하는게 당연하다고들 말하지만, 멀게는 동해안, 가깝게는 서해의 갯벌(제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므로)에만 가도 뭔가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탐조하러 온 사람들은 새들이 멀찍이서 보고 피하는 반면, 어업활동을 하고 계신 어부 분들은 바로 옆을 지나가도 본체만체 합니다. 새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입장인 우리들로서는 정말 어부분들이 부러울 따름이죠. 그래서 새들이 사람들의 장비나 행동양식을 보고 구분하여 사냥하러 온 사람들처럼 보이면 자리를 피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분명 필드스코프를 드는 방식, 물에서 접근할 때와 육지에서 접근할 때, 배경이 하늘인가 산인가에 따라서 새들의 경계도가 분명 달라집니다. 최근에 도둑갈매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들은 단순히 누가 다가온다고만 해서 날아가버리는 것은 아닌 것이죠.

이는 다가가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일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동물이나 박제를 이용해서 새의 반응을 보는 것은 정말 고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연구방법이며, 그 결과들을 살펴보면 천적의 눈이 향하고 있는 방향, 접근하는 각도, 천적의 종류에 따라서도 반응이 각양각색으로 달라집니다. 위협을 주는 천적의 종류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흔히 특정 천적을 의미하는 call을 따로 분리하여 가지고 있으며, 이를 reference call이라고 합니다. 이 reference call에 대한 연구는 비단 조류 뿐만이 아니라 프레리 독 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에서도 많이 연구되었던 내용으로 다쳐서 영구 계류된 동물이나 박제를 이용하여 널리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는 내용도 이들과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일본인 연구자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공둥지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박새들이 까마귀와 뱀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 살을 더 붙여서 새들이 단순하게 천적의 종류만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까마귀와 뱀을 구분하여 소리를 내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는 내용입니다. 까마귀는 둥지 안에 들어올 수 없으니 새끼들을 집 안에 있게 해야 하지만, 뱀은 둥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할 수 있다면 조기에 이소를 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새끼가 이소를 할 수 없을 때는 어떨까요? 이소가 가능할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올까요? 그렇다면 천적을 향한 reference call이 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요..? 이런 다양한 의문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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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주인공인 박새 Parus minor  © Alpsdake from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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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를 대상으로 실험중 © 양은정

박새들이 다른 종들과 서로 뭉쳐서 무리를 짓는 겨울철에는 다른 실험을 진행합니다. 박새가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등과 무리를 지어서 같이 다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크게 간추려 보자면 먹이 획득의 가능성을 높이면서 천적을 쉽게 피하는 것입니다. 먹이 획득에 관한 주제도 흥미로운 것이지만 저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육상 포식자와 비행 포식자를 따로 경계해야 하는 새들은 이 둘을 구분하여 소리를 냅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박새과의 새들이 날아가는 맹금류를 보고 내는 seet call입니다. 말 그대로 싯—– 하는 고주파 소리를 날카롭게 내는데, 이 소리를 들은 주변의 새들은 모두 땅으로 내려가서 덤불 속에 숨습니다. 이렇게 육상과 공중 포식자를 구분해서 소리를 내지 못하면 피해야 하는 방향을 빠르게 인식할 수 없으므로 집단 생활의 이득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새들이 정말 타 종 간에 의사소통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가능할까요? 단순하게 육상이나 공중을 구분하는데 그칠까요, 아니면 천적의 종까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물음들에 답하고자 겨울철에 산에서 벌벌 떨면서 새들을 포획하여 소리를 들려주고 실험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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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 도중 잡힌 다양한 새들의 무자비한 공격 © 하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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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 도중 잡힌 오색딱다구리.. © 하정문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일례로 번식기에 수공이나 둥지상자를 이용하는 새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은 거의 모두 둥지 밖에서 관찰하여 기록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소형카메라가 발달하면서 둥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녹화하여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잘 연구되지 못하고 있던 블랙박스를 여는 일과 같습니다. 저도 연구지에서 나름대로 조그마한 카메라 세팅을 만들어서 몇몇 둥지들을 대상으로 녹화를 해본 결과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나올 궁금증들은 또 얼마나 될까요…

탐조를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밝혀보고자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생각보다 동시에 여러가지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어려워서 다른 아이디어들은 계속 뒤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에 답하러 밖에 실험하러 나가면서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오면서, 고전부터 연구의 대상이 되었던 새들에게도 아직까지 물어볼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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