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7-18 포항, 하동, 순천

탐조인 : Dr. Nial Moores, Mr. Matt Poll, Mr. Jason Loghry, 하정문

태풍 낭카태풍 낭카의 영향권에 든 호미곶 풍경. © 하정문

나일 무어스 박사님과 논의할 사항도 있고, 태풍이 좋은 루트로 지나가기도 해서 양일에 걸쳐서 부산에 내려갔다 왔습니다. 먼저 금요일에는 태풍을 맞이하러 포항 호미곶으로 향했습니다. 이 태풍 탐조에서 본 특이종들을 아래에 적습니다.

슴새 Streaked Shearwater Calonectris leucomelas. 도착할 당시부터 계속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쉴세 없이 많은 숫자가 이동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개체들도 보여서 당시 그곳에 정확히 몇 개체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어스 박사님이 100마리가 지나가는 동안 걸린 시간을 확인해봤을때 4분이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1000개체는 넘게 관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쇠부리슴새 Short-tailed Shearwater Puffinus tenuirostris. 탐조 초반에 2개체 정도를 관찰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슴새와 다르게 몸 윗면이 짙은 색이었으며, 작고 검은색인 부리, 날개 아랫면에도 흰색이 적었습니다. 나는 모습도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날개를 활짝 펴주는 슴새와 다르게 대부분 날개를 접은 상태로 날쌔게 날아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대양슴새 Sooty Shearwater Puffinus griseus. 이번 탐조 여행에서 올린 신종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쇠부리슴새와 비슷하게 몸 윗면 전체가 검은색이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슴새와 비슷했으며 검은색 부리는 길이가 좀 더 긴 듯 하였습니다. 저는 2개체 정도를 보았습니다.

긴꼬리도둑갈매기 Long-tailed Jaeger Stercorarius longicaudus. 이 새를 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명상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훑고 있는데 옆에 서계셨던 무어스 박사님이 “Long-tailed Jaeger—!”라고 외치셨던 순간이 똑똑히 기억납니다. 다만 저는 위치를 계속 찾지 못하여 무어스 박사님의 필드로나마 간신히 볼 수 있었지만, 여기에서 시간이 걸려서 선명한 사진을 찍지 못한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그 중에서나마 가장 선명한 사진입니다.

Longtailedjaeger_RS2긴꼬리도둑갈매기 Stercorarius longicaudus. © Nial Moores

사진에서는 흐릿하게 보이지만 필드스코프로 본 순간 거의 꼬리의 길이만큼 길다랗게 삐져나온 장식깃이 눈에 크게 띄였습니다. 첫째날개깃 끝의 흰색 부분도 보이지 않았지며, 가슴의 밴드는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눈에 남을 정도의 무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첫 개체를 시작으로 저는 꼬리가 길지 않은 개체, 그리고 꼬리가 긴 또 다른 긴꼬리도둑갈매기를 관찰하여 총 3개체가 기록되었습니다. 모두 해안선을 따라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큰부리바다오리 Thick-billed Murrelet Uria lomvia.

나일 무어스 박사님께서 번식깃의 한 개체가 해안선에 가깝게 붙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관찰하셨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그것도 번식깃인 개체가 남쪽으로 날아가는게 정말로 아이러니였습니다. 대체 이 녀석은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요…?

태풍 속의 탐조가 한창인 와중에 무어스 박사님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다름아닌 하동에서 관찰된 줄기러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에 한 번 밖에 기록이 없던 줄기러기가 여름철에 관찰된 것에 사육개체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했지만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바로 다음날 로그리 씨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습니다.도착한 현장에는 메튜 폴 씨께서 이미 도착해 계셨습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현장에는 단 한 분이 와계실 뿐이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호수에는 줄기러기가 없어서 주변의 논 밭을 둘러보고 있는 와중에, 차량 오른쪽 바로 옆의 논에서 왠 이상한 머리가 쑥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차를 세우고 조금 기다리자 월리를 찾는 것처럼 줄기러기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줄기러기 뒷머리줄기러기 Anser indicus의 뒷모습.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독특한 무늬를 띄고 있었습니다. © 하정문

한참 동안 머리만 보여주던 줄기러기를 관찰하다가 좀 더 앞으로 가서 보면 벼 사이로 몸을 볼 수 있을것 같아서 차에 시동을 켜는 순간, 계속 숨기만 하던 줄기러기가 자동차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논두렁에 올라가서는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동차 엔진 소리에 끌리는 조류라니.. 조금 불길한 예상이 들었지만 논두렁 위에 가만히 서서는 한참 동안 깃을 다듬는 덕분에 자세하게 관찰할 수가 있었습니다. 계속 한 자리에 있어서 영상도 촬영할 수가 있었지만, 차 안에서 삼각대도 피지 않고 디지스코핑을 한 덕분에 많이 흔들립니다.

줄기러기깃털을 다듬는 줄기러기 Anser indicus. © 하정문

이 다음에는 이틀 전에 메튜 폴 님이 큰부리제비갈매기로 추정되는 개체를 관찰하셧다던 장소로 향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물때를 잘 맞추지 못하여 갯벌 저 너머에 멀찍히 떨어져있는 도요새들을 관찰한게 다였지만, 목적지로 향하던 와중에 순천만 생태공원의 논두렁에 앉아있는 호사도요를 관찰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호사도요는 볼 수 있을 것이라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차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발견하게 된 계기도 뜸부기의 머리로 생각되는 것을 관찰하여 차를 세웠더니 우연하에 바로 앞 논두렁에 한 쌍이 앉아있었습니다. 신종이기도 하였거니와 호사도요는 해가 저물 무렵 논 저 건너편에 있는 개체를 흐릿하게 관찰하는게 다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가 있으니 뒤로 가다 쥐를 잡은 격이었습니다.

호사도요 암컷암컷 호사도요 Rostratula benghalensis. © 하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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